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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질구질하다는 말을 들었다. --__--;;;

 

어느날, 갑자기 물건을 빼고 다시 정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
물건을 빼다보니 빈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작은 용기들이 쏟아져나와 그걸 치우는데, 그때 가족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구질구질하게 그걸 왜 모아놓으냐"

-_ㅜ;;;;;


나는 택배를 받거나 물건을 샀을때 쉽게 만나지 못하는 딱딱한 재질의 종이상자는 모아둔다.
아주 작은 종이상자도 모은다.
아주 큰 종이상자도 모은다.
겉표지가 깔끔하고 예쁜 롤케잌상자나 선물상자같은것도 모은다.

냉동물건을 살때 딸려오는 스티로폴 상자는 다 모아둔다.
냉동물건을 살때 딸려오는 얼음팩도 모아둔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때 딸려오는 작은 플라스틱 용기들도 모아둔다.
음료수를 먹고 남은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1.8리터 짜리 병도 모아둔다.
요플레를 먹고 난 다음 요플레통을 모아둔다.

포장지는 깨끗하게 접어서 모아둔다.
포장할때 사용된 끈도 모아둔다.
양파망을 모아둔다.

뚫어지거나 작아져서 못입는 헌옷,패딩잠바같은건 따로 모아둔다.
프린트하고 나온 이면지는 모아서 연습노트로 사용하거나 노트를 만들기도 한다.
영수증은 모두 모은다. 세금,관리비,우유대금 같은건 파일을 만들어놓았고 마트영수증같은건 스테플러로 달마다 찍어 상자에 보관한다.
가계부도 모두 모은다. 쓰다만 것들도 많지만 그것들도 모두 모아놓고 있다.

아이가 어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좋은건 다 남을 주었지만 작은 것이나, 귀퉁이가 조금 떨어진것들은 가지고있다. 
곰팡이가 핀 이불을 햇볕에 말려가며 아직 가지고 있다. 
가장자리가 다 헤져서 너덜너덜한 얇은 이불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안쓰는 베개들도 아직 모두 가지고 있다. (아기용 조베개만 버렸을뿐;;)
아기용 이불세트를 아직 가지고 있다.


나도 버리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이사갈때나 뭔가를 버려야한다는 강박감에 휩싸일때는 버리려고도 해보지만 결국 "이건 언제든지 버릴수 있는것이야"라는 딱지를 마음속에 붙이면서 장소만 달리 보관하고 있을뿐이다.
'이건 뭔가에다 써버리고 버려야지'라고 생각하며 다른장소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보관중이다. 1달, 1년, 10년.....



몇년전 이사할때, 버릴수 있는 것은 모두 버린적이 있다. 

그때까지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두었던 아이 장난감을 좋은것만 처분했다.
아이 장난감만 작은방 한가득이라 장난감만으로 상자가 열댓개 넘게 될것 같아서 이삿짐센터를 불러 견적을 뽑기전에 미리 처분한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 몇년동안 나는 계속 생각한다.

'그때 그 로버트를, 커다란 자동차들, 모터로 돌아가는 조정자동차들을 버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다못해 나라도 가지고 놀았을텐데.... ㅠ_ㅠ;;;'


그때까지 모두 모아두었던 아이한복을 모두 남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 후로 몇년동안 나는 생각한다.

'그 한복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면 그 조각으로 예쁜 패치식탁보를 만들수 있었을텐데. 그 조각들로 예쁜 가방을 만들수 있었을텐데....'


전집류와 백과사전, 어린아이용 책, 지금은 보지 않지만 아주 옜날부터 가지고 있던 책들같은걸 모두 처분했다.
엘리베이터에 "문앞에 둘테니 가져가세요"라고 써두니 그날로 다 없어졌는데 나는 몇년이 지난 후 생각한다.

'그때 백과사전은 버리지 말것을 그랬어. 그 책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 괜히 버렸어. 아아...그 책들을 괜히 버렸나봐.'


그리고 기억나지 않지만 계속 끌어안고 살았던 물건들을 아마도 가지고 있던 살림의 반이상은 버렸던것 같다.
매일매일 딱지를 붙여 버리는 통에 딱지값만 상당히 나갔던...
그렇게 하고도 막상 이사를 할때는 이삿짐차가 가득차서 용달까지 불러야했다.

그렇게 이사를 치룬 후에 나는 계속 생각해왔다.

'그때 내가 종이상자만 많이 가지고 있었어도, 상자만 더 있었어도, 혼자서 짐꾸릴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 포장이사를 하지 않고 그냥 이사를 할 수 있었겠지. 그렇다면 예상금액가지고도 차를 더 불러서 충분히 모두 가지고 올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그때까지는 안 모았던 종이상자를 모으게 된 건데.............그것때문에 구질구질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알고 있어?
종이상자도 한꺼번에 구할라고 하면 못구한다는거.
마트에 쌓여있는게 종이상자라도 낯짝이 붙어있는 사람이라면 수십개씩 들고 올수 없다는거, 아느냐구.


하지만 구질구질이라니...그 후로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물어보면 "그야 당연히 구질구질하지."하면서 웃는데....난 웃음이 안나온다.

구질구질이라니....
내가 구질구질이라니....
ㅠ_ㅠ;;; 아아.... 정말 구질구질이어라...



ps.
가장 억울한 것은, 이렇게 안 버리고 모아두는 여자가 나 하나는 아닐 거라는 점이다.
분명히 많은 여자들이 나처럼 포장지를, 상자를, 끈을, 영수증을 모으고 있다;; 분명히;;;
근데 나만 구질구질이야;; -_ㅜ;;;

by 안신 | 2009/09/24 14:00 | 살림, 요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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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라나 at 2009/09/24 14:18
당신은 나와 같은 모아쟁이.

그럴 땐 가족에게 살포시 미소를 띄우며 말해주세요.
"이건 앤틱이야."
Commented by 안신 at 2009/09/25 11:41
ㅋㄷㅋㄷ 좋은 생각이네요. 엔텍;;;
보고 한참 웃었답니다. ㅋㅋ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09/24 14:21
버리는것이 참 꺼림직해서 힘들때가 많아요.
Commented by 안신 at 2009/09/25 11:42
그렇지요?
저도 적극 동감이에요.

게다가 언젠가 꼭 필요할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다반사니까요;; -_-;;;
Commented by 바비 at 2009/09/24 14:23
살림이란게 참 힘들죠 ㅜ.ㅜ
Commented by 안신 at 2009/09/25 11:43
바비님이 말씀하시니까 왠지 안습이어요;; ㅠ_ㅠ;;;
동감을 하면서도 안습;; -_ㅜ;;
Commented by 신독 at 2009/09/25 08:21
난 내가 쓸 가능성이 있는 건 누나처럼 모으고, 아닌 건 또 걍 다 버린다는.

* 박스는 모아두는 게 훨 나아. 택배 보낼 때라든가, 엉뚱한 물건 갑자기 보관할 때라든가. 근데, 책 버린 건 정말 실수라능. 내 최대의 실수는 계몽사 컬러학습대백과사전을 버린 거라능... ㅠ.ㅠ
Commented by 안신 at 2009/09/25 11:46
독이님은 버리는게 가능하군아.
내는 조금..아주 조금... 불가능이야. ==__==;;;

근데, 정말 책은 괜히 버린것 같아.
특히 백과사전은 정말 안타깝더라구. 왜그랬나모르겠어. 그때는 뭐에 씌었나베;;; ㅠ_ㅠ;;
독이님도 뭔가에 씌었군아. 불쌍타;;; -_ㅜ;;
Commented by 아자자 at 2009/09/25 08:52
저는 꼭 필요한것 아니면 치우는 스타일입니다.
전에는 모아뒀었는데 나중에 짐만 되더라고요..ㅋ
Commented by 안신 at 2009/09/25 11:46
그렇게 해야지 집이 깨끗하고 삶이 단순하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할 수 있는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요즘은 많이 들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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